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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 - 교코]

 

통증은 온몸을 뒤덮지는 않는다. 등에서 허리 사이의 장소를 몰색 하여 핀 포인트 공격을 가한다. 그것은 나이프나 매스로 날카롭게 자르는 듯한 감각은 아니다. 연필 심이 몸의 안쪽에서 바깥을 향하여 찔러 나오면서 전후좌우로 마구 흔들리다가 심이 잘려 살 속에 박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만일 내 몸속에 통증을 일으키는 악마가 살고 있다면 틀림없이 어린놈일 것이다.

하는 짓이 서툴고 유치하다. 그래서 더욱 다루기가 힘들다. 통증이 나에게 동화하는 것도 아니고, 내 몸을 전부 가져가 버리는 것도 아니다.

 - 고통에 대한 생생하면서도 소름끼치는 묘사..

 

그러나 쿄코는 울지 않았다. 나는 이때 어떤 것을 알았다. 쿄코의 표정의 본질이라고 나 할까.

매력적인 미소에 감추어진 그림자 같은 것을. 딱히 고아가 아니라 하더라도 슬픔이나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눈물이 나올라 치면 거침없이 울어버리는 사람과 절대로 울지 않는 사람이 있다. 쿄코는 살아오면서 울어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할지도 모른다. 슬픔과 외로움에 지지 않는 인간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러나 지고 싶어 하지 않는 인간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타입의 인간은 나는 절대로 지지 않아 하고 크게 외치지 않는다. 오로지 조용하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출 뿐이다. 쿄코의 얼굴에는 늘 심각하면서 결정화된 슬픔 같은 것이 엿보였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동양 여자는 여태 본 적이 없다.

 - 보통의 경우 케릭터를 제삼자의 시각으로 묘사하는 행위로는 그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캐릭터를 설명하는 것은 그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묘사라면 그녀가 하는 말이나 행동 없이도 우리는 그 캐릭터에 빠져 들 수 있다.

 

매일 맞다 보니 링거 주사 도구가 내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느낌이 든다. 금속 스탠드는 뼈, 비닐에 든 주사액은 위나 간장들의 장기, 튜브와 바늘은 혈관이다.

 

나의 비꼼에 대해 교코는 입을 비죽 내밀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악감정을 품었다.

화가 치민 것이다.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교코라는 아이는 귀여울 때는 믿을 수 없게 귀엽지만 한번 뒤틀리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는 것을 그때야 비로소 알았다

 

* 그렇지만, 호세는 나를 도와주고 구원해 주었어, 그냥 춤을 가르쳐주었을 뿐이니까 나의 이런 말이 과할수도 있겠지, 그러나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었으니까, 그렇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런 것을 가르쳐주었으니까, 구원이라는 말이 맞다고 생각해, 그래서 만나고 싶은 거야, 그렇지만 아직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어...

- 이것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런 것, 나에게 그런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몸에는 수 많은 선이 달리고 있다 통증은 날카로운 펜치로 변신하여 그 선을 잘라버린다

 

둘이서 통증의 정도를 복서 이름으로 나타내 보기로 했지

가장 아픈것은? 마이크 타이슨

가장 약한 것은? 미키 루프

-ㅋㅋㅋ... 류의 센스.. 마이크 타이슨은 다들 아실 거고, 미키 루프를 모르면 검색해 보세요..

 

[무라카미 류 - 제목미상]

 

하가세와는 하루에 한 번씩은 가게에 들렀다.

맥주 한 병을 마시고 곧 돌아가거나 아무도 상대를 해주지 않아 소파 구석에서 브랜드를 마시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리기도 했지만 자신이 원했던 우아하고 예술적 향기가 감도는 살롱의 이미지가 철저히 파괴되어 가는 것을 마조히스틱한 기분으로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날마다 모습을 나타냈다.

 

가와시마 마사유키는 어느 틈엔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위스키를 단번에 털어 넣었다. 아이들은 힘이 없기 때문에 마구 두들겨 맞으면서도 대항을 하지 못한다. 구둣주걱과 진공청소기 호스, 식칼 자루 등으로 마구 얻어맞는 게 일상처럼 되어 있다. 그리고 목을 조르고 뜨거운 물을 끼얹어도 어머니한테서 도망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를 마음속으로 미워할 수도 없다. 오히려 좋은 감정을 갖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 결과 하나의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부모를 미워하기보다는 차라리 자기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가슴속에는 항상 애정과 폭력성이 뒤엉켜 있다. 그 때문에 자신이나 상대방이 히스테리 증세를 보이면 오히려 안심을 하는 것이다. 온화함... 이것은 언제 깨질지 모른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이 싫어하고 화낼 만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미움받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들은 그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해 간다.

- 내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는 트라우마가 있는 여자였다. 그래서 이런 글을 읽으면 나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좀 더 생각이 많아진다. 

 

이 방에 들어오기 전에 잠깐 화장실엘 들렀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여자 둘이 수화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지 않겠어요? 이전부터 저는 수화하는 동작을 아름답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래서 넋을 잃고 쳐다보았죠.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전혀 소리를 내지 않고서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말이에요.

 -소리 없는 대화, 우아하다.

 

이와세는 열등생이었지만, 그가 짝사랑하는 누나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그는 나보다 어른스러웠다.

 

누나에 관해 내가 무슨 말을 하면, 그녀는 어른이야. 하고 이와세는 빙긋이 웃으면서 어른스러운 말투로 중얼 거리곤 했다.

 

나 도저히 쿄스케 씨를 잊을 수 없었어. 그래서 오늘 밤에도 와 버렸어요. 쿄스케 씨 우는 거예요?

 

그녀가 죽었어.

아....

 

그날 밤 나와 미스즈는 밤새 울었다.

난 유코를 생각하며 울었고

미스즈는 내가 불쌍하다며 울었다.

-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대상을 향해 눈물을 흘리는 두 사람.

 

그 애가 그리는 그림은 언제나 똑같았다. 검정색이나 어두운 자주색, 또는 청색으로 덧칠한 도화지 한가운데에 발가벗은 아이가 홀로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의 몸에는 이곳저곳에서 날아온 수십 개의 화살이 박혀 있었다. 이게 누구야? 선생님이 물었다.

[저요]

그애가 대답했다. 아닌 것 같은데? 다쿠가 아니라면 이게 누굴까? 선생님이 다시 물었다.

[제가 아니라면 누가 됐던지 상관없어요]

 

체력이 없는 무리는 자신의 '상처'라도 소중히 여긴다고 할까, 그 이외에는 중요한 것이 없는 것이다. 그저 자신이 받은 상처만을 애처로워한다. 타인에게 드러내 보일 만한 물리적인 것은 오로지 그것밖에 없다. 오체 만족으로 살아 있는 한 '상처' 자체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상처(내면이라 해도 좋다. 같은 말이지만 결국은 환상이다.)를 소중히 여기는 것 외에는 다른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 그러므로 내면은 신비화되고, 여기서 자기애가 생겨난다. 자기애야 말로 일본이 공동체를 지지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실 자신의 외부가 되는 타자조차도 결국은 환상이지만(좀처럼 육체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 좋은 체력을 타고난 사람은 강인하게 외부를 설정할 수 있다. 외부를 설정할 수 없는 사람은 자기애에 빠져 추상화 작업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층 더 깊은 내면 속으로 갇힌다. 거기에는 감상주의의 커다란 소용돌이가 내재돼있어 남은 것은 단순한 노화와 퇴화뿐이다. 상처에는 기준이 없다. 얼마만큼 가했을 때 어느 정도의 상처가 남는지 일반화해서 잴 수가 없다. 아버지에게 강간당한 딸과 부모에게 학대받아온 어린이가 정신적으로 깊은 상처를 받는다. 겉에난 상처의 흉터처럼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인 상처가 존재한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런 상처를 자신을 팔아먹는데 이용해서는 안된다.

 -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 인간은 스스로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도 이것은 더블 무라카미의 생각이다. (더블무라카미란 무라카미 류,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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