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타나토스]

처음 그 남자와 쿠바에 왔을 때, 차를 타고 분명히 이 거리를 지났다. 그 남자는 어린애처럼 흥분해서, 차창 밖으로 열심히 비디오를 돌렸다. 이 거리는 발효하고 있어, 그 남자의 그런 말이 기억난다. 레이코 이 부근의 건물을 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다시 새로운 뭔가가 태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인도와 비슷하면서도 인도보다 딱딱해. 인도는 모래지만 여기는 돌이야. 그렇게 흥분할 때, 그 남자는 나의 존재를 잊었다. 결국 나는 그것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

언젠가 도쿄 아카사카의 호텔에 좀 퉁퉁하고 말이 없는 여자가 왔다. 새벽 세시쯤이었다. SM 클럽 같은 데서 근무하는 여자는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여자를 알게 되었어요 하고 내가 물은 적이 있었다. 옛날에 이 애는 초능력자였어 하고 그 남자는 말했다. 유치원 시절, 어머니가 담뱃불로 가슴을 지졌다. 그 어머니가 자살한 후에는 스스로 담뱃불로 가슴의 똑같은 부위를 지졌다고 한다. 어머니가 죽은 것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 의식을 반복하는 사이에, 어느 순간, 멀리 떨어져 있는 물건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전등 불빛이었다. 너무 눈이 부셔서 어두워졌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염하자 전등 불빛이 약해졌다. 그때 그녀는 어머니의 영이 자신에게 빙의되었다고 생각했다. 고마워하고 어둠을 향하여 중얼거리면, 어머니가 어딘가에서 상냥한 미소를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건을 움직이는 그 능력은 그 작은 마을에서 금방 화제가 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아버지가 지방 털레비전에 출연시키기도 했다. 초능력은 3년 정도 계속되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 이후에 그녀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이상한 아이였지만 존재감이 있었다. 어디서 알게 되었냐고? 이 아이는 점술가야. 오기쿠보 역 뒤편의 좁은 골목에서 만났어. 수상을 보는 게 아니라, 상대의 눈을 보고 미래를 알아내서 종이에 적어 주는 거야. 달필이더군. 중국인 선생에게 십일 년간 배웠다고 해. 조금 살이 찐 그 여자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서, 맞지 하고 이따금 여자에게 확인하기도 했다. 그 남자가 그렇게 물으면 여자는 부끄럽게, 그러면서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배우는 그럴 때의 남자 마음을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그런 여자들은 예외 없이 그 남자 앞에서 색골로 변했다. 어느 때 그런 여자 하나를 벌거 볏겨서, 국부를 벌리게 하고 나에게 핥으라고 했다. 나는 거부했다. 왜 거부하는 거야 하고 그 남자는 물었다. 더러워요 하고 나는 대답했다. 이 여자의 보지가 더럽다면 왜 내 물건은 그렇지 않은 거지 하고 남자는 물었다. 몰라요, 그렇지만 성기를 핥거나 빠는 건 선생님이 처음이에요. 그게 왜 그런지 알아? 하고 남자는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는 내 앞에서 다른 사람이 되기 때문이지.

네가 여기서 살 생각이라면, 너의 계급을 늘 어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계급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 언어에서 너는 큰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메워 줄 수 있는 것은 패션과 교양과 메이크업과 표정, 즉 외부에 대한 자기 주장의 다양성이다. 너는 끊임없이 너 자신을 엄밀하게 선별하여 그 외의 너는 어디에도 없는 듯이 살아야 한다. 그것은 평소에도 드레스를 걸치고 품위 있게 말하고 클래식 연주회에 가고 늘 온화한 미소를 머금는 것 같은 게 아니었다. 밤의 침대에서도 정숙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어떤 계급에 속해 있다는 것을 매일 어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의 역사를, 즉 하나의 특정된 정신 층을 제시해야 했다. 처음에는 무척 기분이 좋았다고 여배우는 말했다. 나는 당당히 가슴을 편 내 모습을 유럽인 앞에서 어필했다. 당연히 나는 환영받았다. 무리한 것도 아니었다. 다른 인견을 연기한 것도 아니었다. 나의 정신층의 하나를 의식적으로 선택했을 따름이었다. 그 남자가 쾌락에 이르는 회로를 내 몸을 통해 만들어 내고 있었기 때문에, 유럽 남자들과 하는 섹스에도 오르가즘은 있었다. 나는 결코 자신이 선택한 계급에 피로해진 것도 아니었다. 일본보다도 오히려 즐겁게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왜 내 정신에 이상이 찾아왔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늘 그 남자의 말을 떠올렸다. 너는 내 앞에서 다른 사람이 되기 때문이야.

이 세상에서 소중한 것은 세 가지가 있지, 첫째로 건강, 둘째로 정신의 안정, 셋째로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는 힘.


여배우가 사쿠라이 레이코 하고 낮고 맑은 목소리로 말한 순간, 방의 불이 꺼졌다. 아바나에서는 거의 일상적으로 갑작스럽게 정전이 일어나지만, 이름을 말하는 순간에 여배우가 사라져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까 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여배우가 음탕하게 보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줄곧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 했던 여자가 샤먼 앞에서 이름을 고하는 순간 드디어 사라져 버린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 성스러움과 오싹함, 그리고 외설적인 느낌이 복합적으로 담긴 매우 독특한 구절이었다.



당신이 어렸을 적에 어떤 중대한 사건이 있었다고 엘레구아 신은 나에게 말했어,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대충은 알아, 물론 신들은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어. 통역을 하면서 나는 여배우가 고백한 그녀의 아버지 이야기를 떠올렸다. 술에 취한 아버지가 강바닥에 떨어져 큰 상처를 입었다. 그것을 여배우는 자기 탓이라 생각하고 있다. 카르도소는 아마도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은 어린 시절에 일어났던 중대한 사건에 지배당하고 있어, 거기에는 당신에게 무척 소중한 사람이 관련되어 있는데, 그 사람은 그 중대한 사건으로 불행해지고 말았지,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당신과 외계를 이어 주는 통로로 삼고 말았어, 모든 관계를 맺을 때 당신은 그 방식으로 어떤 사람이 당신 안으로 들어올 때, 그 사람은 그 통로를 통해 들어오게 되어 있어, 당신은 그 통로가 아닌 다른 길을 따라 다른 사람이 내면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는 거야, 사실은 타인뿐만이 아니야, 자기 자신이 가장 무서운 타인이지.

당신은 불행에 빠진 사람에게만 흥미를 가져, 안정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그것은, 안정된 사람은 자신에게 흥미를 가질 리가 없다고 단정하고 있기 때문이야, 당신은 처음부터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황량한 풍경밖에 없다는 고착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당신이 그 황량한 풍경밖에 모르기 때문은 아니야, 당신은 원래 여러 가지 아름다운 풍경을 알고 있었어, 그러나 당신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아, 아름다운 풍경을 받아들이는 것은 실로 대단한 고통을 동반하지, 그 재현을 원하기 때문이야, 당신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다가올 아름다운 풍경을 위해 지금의 추한 풍경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이야.

나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은 절대로 행복해져서는 안된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당신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늘 정신적인 안정에 이르기 바로 한 걸음 앞에서 반드시 멈춰 서야 하는 거야, 당신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낮아, 안정에 이르는 것을 스스로 용서하지 못해.

이윽고 당신은 한 나그네를 발견하게 되겠지,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있어, 그렇게 분노에 떠는 인간이 아니면, 당신의 눈에 들지도 않아, 여기까지 잘도 왔군 하고 당신은 말해, 여기서부터는 내가 안내할게, 당신은 그 나그네에게 산양의 젖과 빵을 줘, 그것은 나그네에게 힘을 주지만, 당신은 그것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아, 당신은 어릴 적에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소중한 사람에게 우유나 빵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 때문에 우유나 빵이 나그네에게 힘을 주는 것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 당신이 진정 우유와 빵을 주고 싶은 것은 나그네가 아니라, 옛날의 가장 소중했던 어떤 사람이지, 그러므로 당신은 구원받을 수 없어, 나그네는 당신에게 감사해, 당신을 사랑해, 그러나 당신은 결코 구원받을 수 없어, 치유될 수도 없어, 당신은 나그네와 함께 산을 넘기 위해 걷기 시작할 거야, 당신에게, 그 길은 험악하면 험악할수록 충족감을 느끼게 해, 음식도 없고 물도 없고, 잠도 못 잘 정도로 춥고, 칼 같은 돌이 발바닥에서 피가 나도록 굴러다니는 그런 길을 선택하게 되는 거야, 당신은 그런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러나 그것은 걸을 때뿐, 이제 곧 나그네가 산을 넘으리란 것을 아는 순간, 당신은 그를 떠나려 해, 당신은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사실은 모르는 것이 아니야, 그가 당신을 갈구하면 당신은 그에게 환멸을 느끼는 거지, 그는 당신을 갈구해서는 안 돼, 그는 당신을 채찍질해야 하는 거야, 그는 당신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으면 안 돼, 그래서 당신은 그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 여라 가지 수단을 사용해서 그가 당신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나를 얼마든지 고통스럽게 해달라고 당신은 그에게 요구하는 거야, 무슨 일이든 참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자세를 보여 주는 거야, 당신은 그 이상한 고난을 견뎌 내,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마조히스트라 여길 정도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참는 거지, 그리고 심판의 날이 찾아와, 당신은 그를 절벽으로 밀어뜨리는 거야, 너만큼 나를 고통스럽게 한 사람은 없어, 그런 말을 하면서 등 뒤에서 그를 밀어 버리는 거야, 그는 놀란 표정으로 당신을 힐끗 보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내려 당신은 깊은 슬픔에 잠겨 들지만, 그 슬픔이야말로 당신이 살아가는 힘이야, 자기와 같이 사는 남자는 반드시 추락해야 한다고 당신은 생각하고 있어, 지금 그런 슬픔 외에 당신을 지탱해 주는 힘은 아무것도 없어.

 

- 무라카미 류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보면 나는 항상 예전에 사귀었던 한 여자가 떠오른다. 나는 무라카미 류의 통찰력에 반해 그의 소설에 팬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나는 그 여자를 잊지 못하는 것 뿐일수도 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