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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쌍생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람 후 읽기를 권합니다.

태블릿이나 PC환경에서 읽기를 권장합니다. 

 

영화 '쌍생아'의 스토리가 길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스킵하시고 스틸컷과 평론만 읽으셔도 됩니다.

 

난.. 너다...

 

쌍생아 평점

 

왓챠: 3.3/5

IMDb: 6.8/10

메타크리틱메타스코어(전문가 평점) = - ,  유저 스코어 = -

로튼토마토전문가 평가: - , 관객 평가: 71/100

전체 평균점수 : 68.3

JMS(Just Movie Score) : 80

Positive

1. 독특한 미장센

2. 크로스 오버(특히 BGM)

3. 남주의 뛰어난 연기력

4. 신야의 새련된 주제의식과 투박한 연출의 간극이 만들어내는 독창성

 

Negative

1. 불친절함

2. 선정적인 연출(폭력적, 취향에 맞지 않을 경우)

3. 다소 난해한 주제의식

 

*JM은 필자가 왓챠에서 만점을 준 영화를 기준으로 선별, 포스팅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JMS란 별5개 영화중최하점을 0점 최고점을 100점으로 환산하여 선정한 점수입니다.

 

쌍생아 스토리 

유키오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의사다. 그의 아내 링은 사고로 과거의 기억을 잃었다. 유키오의 부모는 유키오와 만나기 전의 기억을 잃은 링을 탐탁지 않아하는 눈치이다. 유키오는 요즘 집에서 묘한 기시감 같은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날 갑자기 집 안에서 악취가 풍기기 시작하고 유키오의 아버지는 갑자기 의문사를 당한다. 유키오의 어머니는 링이 시집을 오고 나서 집안에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더욱더 링을 탐탁지 않아한다. 하지만 유키오는 여전히 링을 신뢰하며 사랑한다. 

유키오의 어머니는 유키오와 똑같이 생긴 괴한에 보고 심장마비로 죽는다. 경찰들이 집을 수색하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한다. 늦은 밤 아이를 안고 병원문을 두드리는 빈민굴 여인. 유키오는 방역복을 입고 여인과 아이를 진찰할 준비를 하는데 그와 동시에 시장 또한 중상을 입은 채로 유키오의 병원을 찾아온다. 빈민굴에서 온 여인을 내쫓고 시장의 수술을 진행하는 유키오. 링은 빈민굴에서 온 아이를 걱정한다. 유키오는 빈민굴 사람들의 위험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링은 어쩐지 빈민굴 사람들에 대해 동정과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유키오가 빈민굴 사람들을 독이라고 표현하자 격분하는 링. 유키오의 수술 덕분에 시장은 목숨을 구했다. 

잠에서 깨어난 유키오의 곁에 링은 없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정원에 물을 주던 유키오는 유키오의 쌍둥이 동생 스테키치에 의해 정원에 있는 우물에 갇히게 되고 스테키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장을 보고 온 링과 하인을 맞이한다. 유키오는 우물에서 깨어나고 우물 밖으로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때 우물을 막아둔 나무판자가 열리고 스테키치가 우물 속으로 음식 찌꺼기를 버린다. 스테키치는 그동안 집안에서 유키오를 훔쳐보며 그의 사소한 습관까지 모두 습득한 후 그를 우물로 밀어 넣은 것이었다. 스테키치는 유키오에게 링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링은 본래 스테키치의 여자로 빈민굴 출신이었다. 스테키치는 빈민굴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빈민굴에서 쫓겨나게 되고 링은 빈민굴에 남게 되었던 것이다. 스테키치는 링에게 언젠가 자신이 꼭 데리러 오겠다고 이야기했었다.

한편 링은 유키오를 똑같이 따라 하는 스테키치의 연기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육감으로 그를 알아본다. 하지만 스테키치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체 유키오 행세를 한다. 링은 당황하지만 잠자리에서 확연히 달라진 스테키치의 모습을 보며 그가 유키오가 아님을 확신한다. 링은 스테키치가 빈민가에서 쫓겨난 후 홀로 도둑질을 하다 어느 파계승에게 몹쓸 짓을 당한 후 강에서 몸을 씻다가 정장 차림의 유키오를 보고 자신을 데리러 온 스테키치로 착각하게 된다. 그녀는 훔친 옷으로 말끔하게 차려입고 강가에서 스테키치(로 착각한 유키오)를 기다린다. 유키오는 당황하지만 링에게 한눈에 반했는지 다시 그 강을 찾아가게 된 것이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유키오와 링은 결혼하게 된 것이다. 

링에게 전후 사정을 전해 들은 스테키치. 링은 유키오 행세를 하는 남자가 스테키치임을 확신하며 차라리 자신을 욕해달라고 하지만 스테키치는 끝까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링은 스테키치의 그런 태도에 화를 내고 심지어 유키오와 스테키치가 공범자라고 까지 의심한다. 스테키치는 우물에 빠진 유키오에게 마지막 식사를 제공하며 자신은 다리에 흉측한 흉터를 가지고 태어나 부모에 의해 버려진 유키오의 쌍둥이 동생이라고 말한다. 스테키치는 우물에 칼을 던져주며 유키오에게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선택하라고 말한다. 

스테키치는 빈민굴에서 쫓겨난 후 유키오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여자인 링이 유키오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크게 분노했다. 링은 스테키치의 다리에 있는 흉터를 확인하지만 스테키치는 이미 자신의 흉터를 교묘하게 가렸다. 유키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우물을 확인하는 스테키치. 유키오는 스테키치가 던져준 식칼을 이용해 우물을 탈출해 스테키치를 처치한다. 링은 스테키치의 다리에 흉터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착각이 맞다고 생각한다. 링은 유키오의 몸에 스테키치의 혼령이 들어와 자신을 벌하고 있는 것이라 여기고 강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그때 우물 속에서 탈출한 유키오가 빈민가의 스테키치 같은 모습을 하고 등장한다. 시간이 흘러 유키오와 링은 아이를 낳았다. 영화는 유키오가 빈민가로 왕진을 가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쌍생아 스틸컷

스틸컷1

1. 쌍생아와 5:5 구도의 컷
쌍생아에서는 극단적일 정도로 5:5로 양분된 컷이 존재한다. 유키오를 기준으로 화면이 5:5로 나뉘기도 하고, 프레임 자체를 5:5로 나누어 놓은 장면도 다수 등장한다. 이것은 스테치키에 대한 복선, 에로스와 타나토스, 빛과 그림자로 상징되는 영화적 주제의식을 구도로써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2. 쌍생아의 미장센
시각적으로 둔감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쌍생아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보고 강한 자극을 느낄 것이다. 쌍생아에서는 황혼을 연상케 하는 붉은 색감을 가진 컷부터 얼음처럼 차가운 차가운 색감을 가진 컷, 자연광으로 따듯한 느낌을 주는 컷까지 다채로운 색감을 가진 화면이 등장한다. 신야는 조명을 과감하게 쓰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쌍생아에서는 비교적 얌전하게? 조명을 사용하지만 그래도 보통의 다른 영화를 생각하면 파격적이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의상이나 소품들은 관객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일본식, 서양식 의상과 소품의 구성이나 배치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완성도가 높고, 때로는 시대를 구분 지을 수 없는 펑크적인 의상이 등장하여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물론 대다수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빈민굴의 프로덕션 디자인은 다소 난잡하고, 유키오 저택의 프로덕션 디자인과 비교해 완성도가 확연히 떨어지는 측면은 나 또한 아쉽게 느껴진다.  

 

스틸컷3

3. 스테키치의 등장 씬
신야는 예술학부를 전공한 만큼 비주얼뿐만 아니라 사운드에도 정통하며 예리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쌍생아에서는 스테치키가 처음 등장하는 씬에서 신야의 예리한 감각이 드러난다. 어둠 속에서 스테키치가 등장하며 갑자기 웅장한 오페라 음악이 점멸하듯 등장한다. 스테키치의 어머니가 입고 있는 기모노와 스테키치의 펑크 한 의상, 서양의 오페라 음악이 합쳐진 이 장면은 관객 입장에서 신야가 만든 영화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고, 신야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눈을 반짝이며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스틸컷4

4. 정적인 구도와 역동적 구도 정적인 음악과 역동적 음악
이 영화는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찍는 정적인 카메라 무브먼트와 카메라를 들고 찍는 핸드헬드 기법 등을 사용한 동적인 카메라 무브먼트가 혼용되어 있다. 동적인 무브먼트의 경우 핸드헬드를 넘어서 아예 핸드헬드 +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흔드는 매우 과감하고 실험적인 기법도 등장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BGM의 경우에도 스틸컷 3에 등장하는 오페라 음악부터 철남을 연상케 하는 인더스트리얼 음악, 서정적인 음악까지 매우 다양하게 등장한다. 보통 이러한 기법의 다양성은 영화를 산만하게 하거나 난해하게 만드는 역기능으로 작용하기 쉽지만 쌍둥이가 등장하는 영화적 특성상 이러한 다양성의 역기능 조차 주제의식에 의해 흡수되어 완충되는 느낌이다. 물론 이러한 신야의 산만함 마저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도 많은 것이다. 

 

 

스틸컷5

5. 유키오와 스테키치를 연기한 모토키 마사히로의 연기력
사실 나는 일본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미이케 다카시, 츠카모토 신야, 이와이 슌지, 스즈키 세이준을 제외하면 딱히 떠오르는 일본인 감독도 없다. (물론 선대에 구로사와 아키라 등 일본 영화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들이 몇 명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사실 고전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나로서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내가 일본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부연설명 없이 제일 쉽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일상적인 캐릭터든 건달이나 조폭처럼 성격이 강한 캐릭터든 일상의 톤으로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일본 배우들 특유의 과장된 대사톤(특히 으에~~? 하는 감탄사는 도저히 못 참겠다.)과 몸짓에 진저리가 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애초에 영화 자체가 나 스스로도 으에~~? 하게 만들 정도로 파격적인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하든 용서하게 되는 것 같다.(오히려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사담이 길었는데 아무튼 유키오와 스테키치를 연기한 모토키 마사히로라는 배우는 나에게 낯선 배우였지만, 쌍생아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무척 인상 깊다. 유키오의 정적이고 절제된 연기부터 스테키치의 광기와 슬픔까지 그가 보여주는 연기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연기에 완성도가 있다. 특히 스테키치의 광기를 표현하는 그의 연기는 마치 실제 광인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오싹하다. 

 

스틸컷6

6. 링을 연기한 료
어딘가 불안정하고 불균형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링은 쌍생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한다. 물론 링을 연기한 료가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가진 이미지만으로 그는 링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독보적인 이미지를 가진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쌍생아 이후 영화나 드라마에서 큰 활약은 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물론 일정 부분 불안정하고 불균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는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쌍생아 평론

평론1

1. 철남으로부터 10년, 여전히 유효한 에로스와 타나토스
철학적 관점에서 이 영화를 분석할 때 나올 수 있는 키워드는 에로스와 타나토스, 빛과 그림자이다. 에로스와 타나토스적 분석은 10.13일에 포스팅한 철남 포스팅에서 다루고 있는 분석을 먼저 읽고 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쌍생아는 신야의 초창기 작품군에 속하는 '철남 테츠오'와 10년 터울을 이루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철남에서 보여준 '타나토스가 에로스를 전복하는 이야기'에 매료되어 있다. 물론 쌍생아에서의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철남에서의 에로스와 타나토스와는 조금 다른 관계로 발전한다. 철남이 일본 특유의 상승 지향적 에로스로 상징되는 평범한 회사원이 타나토스로 상징되는 기계화된 남자에 의해 철남이 되면서, 에로스가 타나토스에게 전복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라면, 쌍생아는 상승 지향적 에로스로 상징되는 유키오가 타나토스로 상징되는 스테키치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철남에서 평범한 회사원인 주인공은 타나토스에게 전복당한 후 세계 정복을 꿈꾸지만, 쌍생아의 유키오는 타나토스로 상징되는 빈민굴로 왕진을 가는 장면으로 영화를 종결함으로써 에로스를 중심으로 한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융화를 보여준다. 츠카모토 신야가 나이를 먹고 자의식이 조금은 둥글둥글해지면서 타나토스의 패기 넘치는 세계 정복이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융화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프로이트의 에로스와 타나토스적 해석이고, 그의 수제 자격인(물론 나중에는 노선을 달리 했지만) 카를 융적 관점에서 쌍생아를 해석하자면(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서 나오는 카를 융적 관점으로 해석하자면) 유키오는 빛으로, 스테키치는 그림자로 상징화된다. 1Q84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림자는 우리 인간이 전향적인 존재인 것과 똑같은 만큼 비뚤어진 존재이다. 우리가 선량하고 우수하며 완벽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림자 쪽에서는 어둡고 비뚤어지고 파괴적으로 되어 가려는 의지가 뚜렷해진다.' 선량하고 우수하며 완벽한 인간이 되려는 노력은 빛으로 해석 가능하며 그것은 유키오의 아버지에서 유키오로 이어지는 기치이다. 아버지의 이러한 기치의 반작용으로서 탄생한 스테키치는 그 빛에 대한 그림자로 존재하며 파괴를 상징한다. 에로스와 타나토스, 빛과 그림자는 단순히 서로 상극되는 의미로 대립하는 것이 아닌, 상극인 동시에 공존하는 존재이다. 이 사실을 부정하고 상승 지향적 에로스만을 강요하는 사회는 결국 타나토스에 의해 전복당한다. 신야는 자신의 고국 일본에서 이런 상승 지향적 에로스에 대한 문화적 강압을 느끼고 그것에 저항하는 수단으로써 영화를 채택했다. 이 찬란한 저항은 1988년의 철남에서부터 1999년의 쌍생아 까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2. 우물을 통해 변화하는 유키오, 인간 그 자체인 링, 비극의 스테키치
유키오는 우물에서 탈출하여 스테키치의 목숨을 앗아가는 과정에서(다르게 표현하면 흡수하는 과정에서) 다른 인간, 혹은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온전한 인간이 된다. 우물은 두 쌍둥이 형제의 빛과 어둠적 성향, 혹은 모든 인간에게 존재하는 양면적 인격을 가감 없이 드러내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된다. 스테키치는 유키오 행세를 할 때 유일하게 우물에서만 파괴적이고 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광적이고 파괴적인 스테키치의 모습이 유키오의 본성이기도 하다는 것을 뜻한다. 보통 창작물에서 거울, 혹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자신의 숨겨진 자아를 상징하기도 한다. 물론 유키오가 갇혀있는 우물은 물이 말라 있지만, 스테키치가 우물 안을 바라볼 때 비치는(보이는) 모습은 유키오의 모습이다. 따라서 스테키치의 광적이고 파괴적인 모습은 유키오의 본성이 물에 비치듯 투영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유키오는 우물을 통해 변화에 성공한다.

링은 타나토스로 상징되는 빈민굴 출신의 여자이다. 하지만 화제를 통해(불은 정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한 링은 강에서 자신의 몸을 씻는 행위를 하는데 물 또한 정화의 상징이다.) 에로스의 세계에 발을 담고 그 세계에 적응한다. 하지만 스테키치가 등장하고 에로스와 타나토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존재이다. 따러서 링은 삶의 충동과 죽음이 충동이 공존하는 인간 그 자체이다. 따라서 링 또한 유키오와 마찬가지로 변화에 성공하는 인물이다.

링, 유키오와는 다르게 스테키치는 끝내 변화에 성공하지 못한 체 유키오에게 흡수되는 인물이다. 그는 유키오를 분석하며 철저하게 에로스로 위장한 타나토스이지만 결국 에로스에 의해 흡수되며 끝끝내 변화에 실패한다. 그가 변화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그의 위장에 있다. 그는 끝까지 링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타나토스의 상징과도 같은 다리의 흉터를 분칠 하여 감춘다. 정화나 전복 없이는 변화도 없다.

3. 신화적 이야기 구성, 이야기의 허술함?
강가에 버려진 아이, 쌍둥이 형제, 오이디푸스적 장치 등 쌍생아는 신화적인 이야기 구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모든 창작물에는 크고 작게 신화적 서사나 장치가 담겨 있긴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화적 서사의 정수는 '악인은 없지만 결국 모두 악으로 빠지는 이야기 구조'라고 생각하는데, 쌍생아는 이러한 조건에 완벽히 부합하는 영화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신화적 서사의 장치들은 스테키치의 비극적 결말이나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효율적으로 담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쌍생아를 저평가하는 사람들 중에는 쌍생아가 서사적으로 허술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장황하고 쉽게 설명하기보다는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장면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신야의 스타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밑에서 설명하겠지만) 뜬금없이 등장하는 유키오를 비난하는 땡중 혹은 거렁뱅이의 생뚱맞음, 전후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링이 우물에서 돌아온 유키오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허술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거렁뱅이의 의미에 대해서는 밑에서 따로 설명을 하겠다.) 우물에서 돌아온 유키오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링의 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링의 대사와 영화의 시대적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일본은 신과 귀신이 많은 나라이다. 쌍생아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는 더 했을 것이다. 귀신의 존재를 믿는 링은 스테치키를 연상케 하는 유키오의 모습을 보면서 유키오의 몸에 깃든 스테키치의 원혼이 유키오의 몸에 온전하게 자리 잡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타나토스를 흡수한 에로스의 관점과도 부합하는 생각이다.  따라서 나는 쌍생아가 비주얼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지만 동서양의 신화적 서사로 구성된 쌍생아의 서사적 완성도도 높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비주얼적으로만 부각을 받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아쉽다. 

4. 유키오에게 시비를 거는 땡중 혹은 거렁뱅이
영화에서 유키오에게 시비를 거는 땡중 혹은 거렁뱅이는 에로스로 상징되는 마을의 변두리에 존재하면서 상승 지향적 에로스의 화신과도 같은 유키오에게 조소를 날리지만 그가 빈민가에서 살아가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아 그는 상승 지향적 에로스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타나토스를 받아들일 용기는 없는 아웃사이더이다. 그가 입고 있는 의상이 빈민굴 사람들의 의상과 유키오 마을 사람들의 의상의 중간쯤으로 보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는 유키오가 스테키치를 받아들이기 전에는 그를 마음껏 조롱하지만, 그가 스테키치를 받아들인 후에는 그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린다. 유키오의 모습 속에서 그의 입장에서는 공포와 동경의 대상이기도 한 타나토스를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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