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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사진

영화 '홍등'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람 후 읽기를 권합니다.

태블릿이나 PC환경에서 읽기를 권장합니다. 

 

홍등 평점

왓챠: 3.7/5

IMDb: 8.1/10

메타크리틱메타스코어(전문가 평점) = - ,  유저 스코어 = -

로튼토마토전문가 평가: 96/100 , 관객 평가: 94/100 

전체 평균점수 : 86.2/100

JMS(Just Movie Score) : 75/100

*JM은 필자가 왓챠에서 만점을 준 영화를 기준으로 선별, 포스팅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JMS란 별5개 영화중최하점을 0점 최고점을 100점으로 환산하여 선정한 점수입니다.

 

홍등 스토리

1920년대 중국. 송련(공리 분)은 대학을 중퇴하고 계모의 강요에 못이겨 지극히 봉건적인 가문인 진어른댁에 네째 첩으로 들어간다. 진은 네 명의 부인 중에 매일 한명을 택해 잠자리를 같이하는데 선택당한 부인의 처소에는 그날밤 홍등을 밝히는 가풍이 조상대대로 전해져 내려온다. 

네명의 부인들은 서로 시기하고 모략하는데 송련은 차츰 자신의 존재가 한낱 노리개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허탈감에 빠지고, 셋째부인이 부정을 저질러 죽음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미쳐버린다. 그러나 진은 다섯째부인을 새로 맞아들이고 중국 봉건 사회의 폐습은 수레바퀴 돌 듯 지속된다.

 

[다음 영화에서 발췌]

홍등 스틸컷

스틸컷1

1. 진대감에게 시집갈 때 꽃가마를 타지 않고 하인에게 짐을 맡기지 않는 송련
송련은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그녀가 처음 진대감의 집에 시집올 때 그녀는 꽃가마를 거부하고 하인에게도 자신의 짐을 맡기지 않는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오래된 관습으로부터 깨어있는 사람이었다. 

 

스틸컷2

2. 궁리의 연기력
송련을 연기한 궁리는 홍등에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영화의 계절과, 상황에 따라 그녀는 19살 어린 신부 송련의 순진무구함부터 권력에 눈이 멀어 표독스러워진 송련의 모습, 충격적인 사건으로 정신을 놓아버린 송련의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연기했다.

 

스틸컷3

3. 카메라 구도
홍등은 전반적으로 정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에 맞춰서 카메라 구도나 앵글 또한 정적이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감정선에 맞춰서 때로는 과감한 구도를 시도한다. 위의 스틸컷 3을 참고하자면, 프레임 사이즈는 바스트샷으로 잡았지만 화면에는 송련의 얼굴만 나오기 때문에 사실 클로즈업샷의 사이즈로 찍어야 했던 장면이다. 또한 피사체도 프레임 왼쪽 아래에 치우쳐 저 있어서 더욱더 불편한 느낌을 주는 컷이 되었다. 

 

스틸컷4

4. 잊지 못할 단 한 번의 마주침
첫째 부인의 큰아들 비포는 송련과 비슷한 연배이다. 그는 피리를 부는데 피리는 송련의 유일한 핏줄이었던 아버지의 유품이기도 하다. 송련은 피리를 부는 비포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송련이 비포에게 첫눈에 반한다는 근거가 될만한 대사는 전무하고 근거가 되는 장면도 거의 없지만 필자는 대사도 거의 없는 1~2분의 짧은 장면에서 송련이 비포에게 강한 끌림을 느꼈다고 확신했다. 이것은 연출의 힘이자 연기의 힘이고 편집의 힘이자 결국 영화(영상)의 힘이다. 흔히 홍등은 일종의 사회참여적 메시지를 완성도 높게 표현하여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이지만, 나는 사실 송련과 비포가 처음 마주하는 짧은 씬 때문에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다. 사실 리뷰를 쓰기 위해 영화를 다시 볼 때도 머릿속에 남아있던 가장 강한 이미지는 엔딩도 아니었고, 송련과 비포가 처음 만나는 씬이었다. 비포는 송련의 아들이지만 최소한 영화 안에서는 송련이 유일하게 이성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비포가 피리를 분다는 설정도 비포에 대한 송련의 호감을 강화시켜주는 소재이다. 후광효과로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나 애틋함이 비포에게 옮겨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틸컷5

5. 송련의 하인 연아
연아는 진대감의 총애를 바탕으로 권력 상승을 꿈꿨던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넷째 부인으로 송련이 왔을 때 그녀에게 적의를 품었으며 부인들의 권력다툼(둘째 부인의 편에 서서)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한다. 연아의 권력 상승욕은 연아의 방에 숨겨져 있던 홍등, 발 안마를 하는 방망이질 소리를 듣고 발 안마를 받는 상상을 하는 연아의 모습, 연아의 숨겨진 홍등이 불태워짐으로써 그녀의 신분상승이 좌절되자 죽음을 선택하는 연아의 행동을 통해 알 수 있다.

 

012345
스틸컷6 슬라이드쇼 총 6장

6. 송련의 의상 
영화에서 붉은색은 권력의 상징이다. 송련의 의상은 붉은색을 주축으로 하여 권력을 대하는 송련의 감정상태를 효율적으로 표현한다. 대학을 자퇴한 순진무구한 19살의 어린 신부 송련은 어떠한 색도 섞이지 않은 도화지 같은 흰색의 옷을 입고 있다.  권력을 맛보고 권력다툼을 시작할 때 송련은 붉은색이 섞여 있는 옷, 송련이 둘째 부인에게 적의를 품을 때는 검은색의 옷, 송련이 거짓 임신 행세를 하고 권력을 독점하려 할 때는 완전히 붉은 옷, 자신 때문에 연아가 죽음을 맞을 때는 붉은색의 보색인 파란색의 옷, 그녀가 미쳐버린 후에는 다시 무채색인 흰색의 옷을 입는다. 홍등은 미술, 특히 색상을 이용해 캐릭터의 감정선을 효율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영화이고, 붉은색이 영화에서 가지는 의미만 이해한다면, 송련이 입고 있는 옷의 색상만 유심하게 보아도 송련의 감정상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영화이다.

 

스틸컷7

7. 엔딩컷
영화는 송련이 홍등이 켜진 5번째 부인의 처소 마당에 갇혀 있는 사람처럼 뱅글뱅글 도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이것은 작게 보면 진대감의 저택에 갇힌 송련의 처지, 크게 보면 관습 혹은 폐습에 갇혀 영화에 나오는 계절처럼 돌고 도는 송련 혹은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은 중력처럼 평소에는 잊고 있었던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 의식하게 되고 일종의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나 또한 그랬고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서 어깨가 아플 정도였다. 

 

홍등 평론

1. 진대감이 발에 집착하는 이유, 그가 부인들의 권력 타툼을 부축이는 이유.
영화의 배경인 1920년대는 1천 년간 내려온 폐습인 '전족'이 1912년 중화인문국이 수립되면서 금지된 이후이다. 하지만 전족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기 전까지 암암리에 지속되어왔다고 알려져 있다. 진대감에게 부인들의 발은 진대감 입장에서 오랜 전통인 전족을 연상시키는 부위이고 따라서 부인에 대한 속박, 집착을 나타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진대감은 다양한 방법으로 부인끼리의 집안내 권력싸움을 조장한다. 자신이 머무는 부인의 처소에 홍등을 밝히고, 자신이 머무는 처소의 부인에게만 발 안마를 해주거나 반찬을 선택할 특권을 준다. 그는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부인들이 자신에게 충성하고 아첨하게 만들고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게 만든다. 그는 이러한 시스템을 전통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송련의 투정 한 번에 같이 모여서 식사하는 오랜 전통을 깨고 식사를 송련의 방으로 가지고 오게 만든 것을 보면 사실 그는 전통이나 관습 따위에는 큰 관심이 없다. 단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뿐이고 집안에서 절대 권력자로 남고 싶어 할 뿐이다. 그러기 위해 그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2. 4명의 부인
영화는 4명의 부인을 통해 개인이 부조리한 폐습 혹은 시스템에 반응하는 모습과 권력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고 그 과정을 통해 영화 자체를 다채롭게 하고 영화를 진행시키는 서사적 원동력 그 자체가 된다. 첫 번째 부인은 이미 아들도 낳았고 이제 더 이상 진대감에게 성적인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녀는 관습이나 폐습, 권력싸움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이고 대부분의 경우 방관의 태도를 취한다. 두 번째 부인은 나이가 적지 않고, 아직 아들을 낳지 못했기 때문에 대감의 총애를 받아 아들을 낳고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온갖 비열한 짓을 서슴지 않는 권력 지향적 인물로 나온다. 선해 보이는 인상을 무기로 삼아 사람들을 이간질시키는데 도가 텄다. 셋째 부인은 표독해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기본적인 심성이 나쁜 인물은 아니지만, 집안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권력은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신의 특기인 노래를 이용해 권력다툼을 한다. 자신의 기본적인 입지를 다지는 것 이상의 권력에는 관심이 없고 숨통을 옥죄어 오는 시스템에 대한 일탈로서 집안의 주치의와 바람을 피운다. 네 번째 부인인 송련은 자의와 타의로 인해 권력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갖게 되고 끝내는 시스템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캐릭터다. 그녀가 시스템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이유는 그녀가 시스템의 부조리를 인지할 정도의 교육을 받았다는 것, 시스템과 권력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평론3


3. 송련의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여름
여름은 송련이 시집을 가고 진대감 가문의 폐습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홍등으로 상징되는 권력을 맛보고 다른 부인들과 진대감을 파악하는 시기, 가을은 송련이 진대감의 총애를 바탕으로 진대감과 폐습에 저항을 시도해보고 다른 부인들의 비밀을 알게 되는 시기, 마지막으로 송련이 본격적으로 권력의 맛을 알게 되고 집착하게 되는 시기이다. 겨울은 자신에 의해 연아가 죽고 셋째 부인의 외도가 발설돼 셋째 부인 또한 죽음을 맞이함에 따라 송련 스스로도 미치게 되는 계절이다. 그리고 다시 여름이 찾아오고 5번째 부인이 시집을 온다. 모든 인간은 계절의 순환 안에서 살아 숨 쉴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계절을 보내는 방법은 달라도 계절을 건너뛰거나 한 계절만을 살아갈 수는 없다. 홍등에서 계절은 곧 권력이자 폐습 혹은 관습을 뜻한다. 권력이나 관습, 폐습을 대하는 개개인의 태도는 달라도 우리는 모두 그 틀 안에서 살아간다. 영화에서 봄은 오지 않는다. 봄은 새해를 시작하고 만물이 움트고 겨우내 잠들어 있던 생명이 새로 소생하는 시기이다. '새로운'이라는 의미가 강한 봄이라는 계절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권력과 관습, 폐습은 봄처럼 새로 움트지 않는다는 의미를 강화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4. 2020년에서 바라본 1920년대 중국의 관습 혹은 폐습 
우리는 영화 홍등을 통해 100년 전 중국의 폐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옛날 여자들은 참 힘들었겠다, 그래도 시대가 많이 좋아졌다, 혹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도 아직 멀었고 더욱더 여권 성장에 힘써야 한다.라는 등의 1차원적인 소감을 말할 것이다. 우리는 생각의 폭을 좀 더 넓혀서 과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도 우리가 당연시하고 있는 폐습이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젠더 문제에 국한하지 말고 더 다양한 분야에서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시스템을 만든 사람과 그 시스템에 의구심을 품지 않고 충실히 움직이는 현상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처럼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단순한 해결책이나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또한 세상은 보다 더 복잡 미묘해졌다. 그만큼 부조리한 시스템도 더 교묘해졌다. 우리가 교육받고 자란 시스템 속에서 그 시스템의 허점을 발견하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항상 그런 역할을 해온 사람들이 있었다. 지구 평면설에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주장했던 사람, 여성 참정권이 없던 시절에 여성 참정권을 주장했던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 말이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아무튼 결국 새로운 시스템도 시간이 지나면 관습이 되고 그중 몇몇은 폐습이 된다. 결국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순간 그것은 낡은 것이 될 운명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가듯이 말이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피드백하고 발전한다. 그것이 나의 인생철학이고 인간이 사회 시스템을 대하는 마음가짐이어야 할 것이다.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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