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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남 테츠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람 후 읽기를 권합니다.

태블릿이나 PC환경에서 읽기를 권장합니다. 

 

네가 금속 면도기에 익숙해진 건 그게 새롭고 녹도 안 슬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녹스는 것이 너의 삶이다.

 

철남 테츠오 평점

왓챠: 3.5/10

IMDb: 7.0/10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전문가 평점) = - ,  유저 스코어 = -  

로튼토마토: 전문가 평가: 79/100 , 관객 평가: 76/100  

전체 평균점수 : 73.7/100 

JMS(Just Movie Score) : 90/100

*JM은 필자가 왓챠에서 만점을 준 영화를 기준으로 선별, 포스팅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JMS란 별5개 영화중최하점을 0점 최고점을 100점으로 환산하여 선정한 점수입니다.

철남 테츠오 스토리

고철상을 돌아다니는 남자 A의 뒷모습, 남자는 집으로 고철을 가지고 온다, 남자 A의 방에는 고철들이 가득하고 달리기 선수들의 사진이 곳곳에 존재한다. 고철의 이미지들. 남자는 자신의 몸에 고철을 이식한다. 고철을 이식한 허벅지의 상처는 덧나고 남자 A는 아픈 다리를 절뚝거리며 맨발로 거리를 뛰다가 차 사고를 당한다. 고철을 녹이는 용광로의 모습과 단정한 정장 차림의 남자 B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듯한 모습의 몽타주 교차 편집. 뭔가로 변신하려 하는 남자 B의 모습 위로 철남 테츠오 타이틀인. 

 

타이틀에 등장했던 남자는 면도를 하고 있다. 그의 볼에 쇠붙이 비슷한 것이 자라 있고 남자가 그것을 건들자 피가 튄다. 연인과 통화를 하는 남자 B 둘은 한참을 '여보세요'라는 말만 주고받다가 여자가 '저번 일'을 생각하면 기분이 야릇해진다고 말한다. 지하철에서 내려 환승을 기다리는 남자 B. 남자 B 옆에 앉아있던 여자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괴상한 금속 덩어리를 발견한다. 그 금속 덩어리는 왠지 여자를 지켜보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등장하는 남자 A의 모습. 남자 A는 금속 덩어리를 통해 여자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다. 여자가 팬으로 금속 덩어리를 찔러보는 순간 어떤 힘을 발휘하는 남자 A. 뭔가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 옆자리에 있던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 B 그녀의 왼손은 고철처럼 변해있다.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남자 B 그런 남자를 쫓아가는 여자. 여자를 피해 도망가던 남자는 막다른 곳에 도달하고 숨어서 여자를 지켜본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 B를 찾아내고 그를 공격한다. 위기의 순간 남자 B는 각성하고 초인적인 힘으로 순간적으로 외딴 차고로 이동한다. 하지만 바로 남자 B를 뒤쫓아온 여자. 그 여자의 입에서 남자 A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남자 A는 아까 금속 덩어리를 통해 여자의 몸에 빙의해 남자 B를 공격한 것이다. 남자 B는 각성의 힘을 통해 고철화된 여자를 물리친다. 하지만 그 결과로 남자 B의 몸에도 고철화가 진행된다. 

 

집에 돌아온 남자 B는 자신의 연인이 고철화 된 꿈을 꾼다. 꿈에서 깨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 식사 중 남자 B의 고철화는 가속화되고 연인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남자 B는 욕실로 숨는다. 그 일로 천벌을 받는 거라고 말하는 남자 B. 남자 A에게 차사고를 낸 것이 남자 B인 듯하다. 남자 B가 걱정되는 여자는 괜찮다고 남자를 위로하며 욕실로 들어오지만 막상 얼굴을 뒤덮을 정도로 진행된 남자의 고철화를 보고 경악한다. 그 모습에 분노한 남자 B는 연인을 공격한다. 연인은 남자 B에게 반격하는 과정에서 치명상을 입히지만 고의는 아니었지만 끝내 남자 B에 의해 죽게 된다. 

 

남자 A의 과거 회상 장면. 남자 A는 머리에 박힌 쇠막대기가 뽑히면 죽는다. 이제 남자 B는 온몸이 고철화 되었다. 남자 B의 집으로 갑자기 걸려온 남자 A의 협박 전화. TV에는 남자 B와 동승한 그의 연인이 남자 A에게 차 사고를 내고 유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얼굴에 스모키 화장을 한 남자 A는 꽃다발을 들고 남자 B를 찾아간다. 남자 A가 집 앞에 찾아온 것만으로도 집안의 고철들은 이상반응을 보이고 죽었던 남자 B의 연인은 갑자기 되살아나 났다가 녹아 흘러 남자 A의 모습이 된다. 남자 B에 장미를 건네는 남자 A. 남자 A는 남자 B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싸움을 거는 남자 A. 그 과정에서 거렁뱅이로 보이는 남자에게 남자 A의 또 다른 무언가는 공격을 받고 남자 A는 흙으로 돌아간다. 남자 B가 정신을 차려보니 공장 같은 설비가 있는 고철상에 있고 남자 A는 더욱 고철화 된 몸으로 다시 태어나 있다. 남자 B는 남자 A의 힘으로 고철상에서 더욱 거대해진다. 남자 A는 남자 B를 없애버리기 위해 남자 B에게 돌진하지만 남자 B에게 흡수된다. 둘은 일심동체가 되어 세계를 멸망시키기로 한다.  

 

철남 테츠오 스틸컷

스틸컷1

1. 금속의 이미지, industrial music, 흑백 화면
철남 테츠오를(이하 철남) 가득 채운 금속의 이미지들, 그리고  마치 철강소에서 금속을 두드리는 소리에 리듬감을 준 것처럼 들리는  industrial music 장르의 OST, 그리고 이러한 특성들에 일체감과 통일성을 부여해 주는 흑백 필름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칼라로 된 철남은 분명 흑백으로 된 철남보다 좀 더 조잡한 느낌을 줄 것이다. (하지만 궁금하긴 하다.)

 

스틸컷2

2. 함축성, 혹은 불친절함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영화는 예술성, 작가주의가 강해질수록 함축성과 상징이 강해지고 결과적으로 불친절해진다. 사실 작가주의와 예술영화를 지향하기 때문에 불친절한(쉽게 말해 보면 머리 아픈 영화) 영화들 중에 저급하고 싸구려 영화들도 많다. 자의식 과잉이지만, 뛰어날 것 없는 평범한 연출가가 자신의 재능 없음을 숨기기 위한 용도로 예술영화를 지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철남도 이런 부류의 영화로 오해받기 쉽다. 뒤에 나올 평론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그것은 분명한 오해이거나 애초에 영화를 사유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견해일 확률이 높다.

 

스틸컷3

3.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촬영기법
초 극단적인 클로즈업, 금속성의 OST 사이로 뜬금없이 등장하는 끈적한 블루스, 자유분방하게 등장하는 뜬금없는 인서트 컷, 무자비하게 흔들리는 카메라 등등. 철남은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자칫 잘못하면 아마추어의 홈비디오로도 보일 수 있는 촬영기법을 선보인다. 하지만 신야의 가공할만한 편집 능력은 과감한 촬영기법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홈비디오가 아닌 예술의 영역으로 승격시킨다. 

 

철남 테츠오 평론

1. 대사가 매우 적은 영화
철남 테츠오는 대사가 매우 적은 영화이다. 그마저도 대부분의 대사는 의미가 모호한 말, 감탄사, 의성어, 의태어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남자 A의 대사( '네가 금속 면도기에 익숙해진 건 그게 새롭고 녹도 안 슬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녹스는 것이 너의 삶이다.')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에 쐐기를 박는 대사이기 때문에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대사이지만, 이 한 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사는 마치 유성영화이기에 존재하는 엠비언스(공간음)처럼 느껴진다. 분명 이러한 영화의 특성 때문에 영화는 난해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 난해함은 예술적 카리스마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는 대사가 적은 만큼 영상의 밀도는 높고, 그 밀도 높은 영상은 일종의 아우라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론2

2. 츠카모토 신야의 집요함
단편, 독립 영화를 찍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졸업작품이던 공모전 출품용이던, 그냥 재미로 찍었던 간에, 머릿속에 존재하는 어떤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단편, 독립영화를 찍을 때 일상의 이야기(취업, 연애 등등)를 주제로 삼는다. 그래야 그나마 연출을 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일종의 소제 타협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어딘지 비슷비슷 해 보이는 독립, 단편 영화들이 유독 많다.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다수의 독립영화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트리트먼트, 시나리오, 콘티 단계)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열악한 제작환경 때문에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 봉착하는 순간,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보장받던 표현의 자유는 박탈당한다. 이러한 독립영화의 한계 속에서도 신야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그것의 표현방식에 물러섬이 없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고철과 손수 제작한 소품, 특수분장은 독립영화의 한계 속에서 신야가 자신의 영화에 어느 정도의 열정을 쏟아부었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노력으로도 커버할 수 없는 특수효과의 한계는 스톱모션이라는 영화적 기법을 통해 창의적으로 극복해냈다. 개인적으로는 노력도 노력이지만 츠카모토 신야의 다재다능함이 없었다면 찍을 수 없었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연출, 촬영, 편집, 미술, 연기를 할 수 있는 연출이 아니었다면 철남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고 나온다 해도 훨씬 조악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평론3

3. 삶과 죽음의 충동 그 사이, 아키라와 철남.
철남과 일본문화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우선 무라카미 류의 소설 '타나토스'를 번역하신 양억관 선생님의 말을 인용해 보겠다. '프로이트는 인간에게 살아가려는 에로스적 충동과 죽으려는 타나토스적 충동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화 속에서도 이 두 가지 충동이 군형을 이루며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도 성장기의 일본 사회는 오로지 에로스의 힘을 추구하며 비합리적인 죽음의 세계와 비의적 문화 전통에 대해서는 무관심과 무지로 일관하고, 혁명적인 에너지를 거부해 버렸다. 깨끗하고, 산뜻하고 상승 지향적이고, 선진형의 고급스러운 문화를 편식했다. 일본 사회에 뿌리내린 이 히에라르키 의식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고정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분위기를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의식의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은 금방 숨이 막혀 버릴 강철의 틀이 만들어진 것이다. 1970년대에 들어 오컬티즘이 대중적으로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그런 숨 막히는 틀에 대한 저항과 반역이었을 것이다.' -소설 타나토스 역자의 후기에서 발췌-

츠카모토 신야는 위에서 언급한 일본문화의 상승 지향적 에로스가 만들어낸 강철의 틀에 대한 저항으로, 에로스(회사원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남자 B)를 전복하는 타나토스(기계화, 고철화된 몸을 꿈꾸는 남자 A)에 대한 이야기로서 철남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철남의 사이버 펑크가 '아키라'의 영향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아키라와 철남의 주제의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아키라는 인간의 욕망이 낳을 수 있는 비극과 소년의 불완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아키라의 주제는 사회참여적인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철남의 주제의식은 보다 프로이트적이다. 철남은 에로스와 타나토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아키라보다 훨씬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아키라보다 훨씬 더 광의적인 의미를 가지를 있기도 하다. 인간의 몸이 에로스를 상징한다면 기계, 고철화된 몸은 타나토스를 상징한다. 따라서 철남은 에로스를 전복하는 타나토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의 내용 자체가 이 과정을 보여주고, 철남에 등장하는 얼마 되지 않는 대사 속에서도 이러한 주제의식을 찾아볼 수 있다. 남자 A는 영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네가 금속 면도기에 익숙해진 건 그게 새롭고 녹도 안 슬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녹스는 것이 너의 삶이다." 살아있는 것에는 녹이 슬지 않는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은 언젠가 죽게 된다. 남자 A의 이 말은 타나토스가 에로스에게 던지는 경고이자 일본의 상승 지향적 에로스에 대한 츠카모토 신야의 반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철남을 단순히 기괴하고 우스꽝 스러운 영화로 취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4. 선정성과 만화적 상상력 그 사이
츠카모토 신야는 '키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가 있다. '나는 만화 제너레이션이다. 만화는 리얼하지 못하지만,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나 자신 속에서는 가장 리얼하다.' 위의 평론 3에서 언급했듯이 아키라와 철남의 주제의식은 엄밀히 이야기했을 때 별개의 것이지만 철남의 표현 방식은 아키라의 사이버펑크와 기타 다른 특촬물에 큰 영향을 받았다. 만화의 이미지를 실사의 이미지로 옮기는 과정에서 철남은 일종의 예술적 카리스마를 갖게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친 선정성 또한 내포하게 된다. 이러한 선정성은 남자 B와 그의 연인의 관계 속에서 제일 잘 드러난다. 드릴로 변한 성기에 의해 자신의 연인이 죽게 된다는 설정은 만화적 설정, 특촬물과 포르노, 츠카모토 신야의 뒤틀린 유머감이 합쳐진 장면이다. 이러한 과격한 설정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날의 검이 되고, 이러한 선정성에 신선함을 느끼는 사람에게도 주제의식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지적인 사람의 진중한 글이라고 해도 그의 글 속에 은어와 비속어가 난무하다면 그 글의 진정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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