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사는 새는 아프리카를 벗어나면 오래 살지 못한다.
하지만 그 새 때문에 울어서는 안 돼 얼마 있지 않아서 그 새는 정오의 아프리카 초원이 어떤 냄새를 풍겼는지, 물웅덩이를 찾아온 아프리카 영양의 울음소리가 어땠는지, 빅 로드 북쪽의 광활한 벌판에 서 있는 이에카 나무가 내는 강력한 냄새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따위는 깡그리 다 잊어버릴 테니까. 얼마 안 있으면 킬리만자로 산 뒤로 사그라지는 선홍빛 태양도 다 잊어버릴 거야. 얼마 안 있으면 기억 속에는 오직 탁하고 스모그 연기 가득한 보스턴 거리의 노을 지는 하늘만 남을 거야. 그 새가 기억하는 것은 그것이 전부고 기억하고 싶어 하는 것도 그게 다야. 얼마 안 있으면 더 이상 아프리카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도 않을 테고, 만약 누군가 다시 아프리카로 데리고 가서 풀어준다 해도, 겨우 한쪽에 웅크리고 서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절한 운명 앞에서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며 편안했던 과거만 그리워할 거야. 무언가 어슬렁어슬렁 다가와 죽여줄 때까지 말이야.
- 모든 생명체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상황을 일상을 통해 현실적으로 구현한다.
아오마메는 말한다. 반은 다마루를 향해 반은 자기 자신을 향해
“외톨이지만 고독하지는 않아요”
희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시련이 있다. 희망은 수가 적고 대부분 추상적이지만, 시련은 지긋지긋할 만큼 많고 대부분 구체적이다.
- 인생에 대한 통찰력
예리한 단검과 같은 미소
해가 온화한 빛을 지상에 쏟아내고 있었다. 그 빛은 창유리를 넘어 실내로 들어와 두 사람의 발치에 과묵한 양지를 만들었다. 시간은 하구에 가까워진 강처럼 느긋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건 숫자로는 잴 수 없는 거리에요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 사이의 거리처럼
뭐니 뭐니 해도 강한 참을성이 내 자산이다. 눈곱만큼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그것을 승패의 갈림길로 알고 붙들고 늘어진다. 비를 맞아도, 바람을 맞아도,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도. 몽둥이로 내리쳐도 그 손을 놓지 않는다. 한번 놓아버리면 다음에 언제 다시 그것을 잡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가 당면한 극심한 고통을 견뎌 낼 수 있는 것은, 그보다 더 극심한 고통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슬픔이 엷게 그녀의 마음을 물들인다.
추적하는 자의 사각은 추적당하는 것이다.
-섹시한 문장
만일 그곳에 실제로 뭔가가 존재하고 있다면, 이론적으로 맞든 안 맞든, 논리가 통하든 안 통하든, 그것을 일단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원칙이나 논리가 존재하고 그다음에 현실이 생겨나는 게 아니라, 먼저 현실이 있고 그다음에 거기에 맞춰 원칙이나 논리가 생겨나는 것이다.
- 내가 지향하는 사고의 방식
눈을 떴을 때 주위는 캄캄했다. 시각을 보려고 고개를 돌렸지만, 시계는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순간 우시카와는 혼란에 빠졌다. 어둠 속에서도 즉시 시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자기 전에는 반드시 시계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건 오랜 세월 이어온 습관이었다. 왜 시계가 없지? 창문 커튼 틈새로 불빛이 아주 조금 새어들었지만, 그것이 비춰내는 건 방 한구석뿐이었다. 주위는 한밤중의 어둠에 감싸여 있다. 심장 고동이 높아진 것을 우시카와는 깨달았다. 분비된 아드레날린을 온몸으로 내보내기 위해 심장이 열심히 펌프질하고 있다. 콧구멍이 벌어지고 숨이 거칠어진다. 흥분되는 생생한 꿈을 꾸다가 중간에 퍼뜩 잠이 갰을 때처럼. 하지만 꿈을 꾸는 게 아니었다. 무언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베갯머리에 누군가가 있다. 우시카와는 그 기척을 느꼈다. 어둠 속에 좀 더 검은 그림자가 떠오르고, 그것이 우시카와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선 등이 경직되었다. 일 초의 몇 분의 일 사이에 의식이 재편성되고, 그는 반사적으로 침낭 지퍼를 내리려 했다. 그 누군가는 틈을 두지 않고 우시카와의 목에 팔을 감았다. 짧은 비명을 지를 틈조차 주지 않았다. 훈련을 쌓아온 강인한 남자의 근육을 유시카와는 목덜미에 느꼈다. 그 팔뚝은 그의 목을 콤팩트 하게, 하지만 바이스처럼 여지없이 조여왔다. 남자는 단 한마디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우시카와는 침낭 속에서 비틀거리며 몸부림쳤다. 나이론 안감을 두 손으로 잡아 뜯고 두 다리로 걷어찼다.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해봐야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상대는 방바닥 위에서 자세를 굳히고 꿈쩍도 하지 않고 그의 팔 근육에 단계적으로 힘을 넣어갔다. 효과적이고 낭비 없는 동작이다. 거기에 맞춰 우시카와의 목이 짓눌리고 호흡은 점점 더 가늘게 졸아들었다.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시카와의 뇌리를 스친 것은 이자가 어떻게 방안에 들어왔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문의 실린더 자물쇠는 채웠다. 안쪽에서 체인도 걸었다. 창쪽의 문단속도 틀림없이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방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자물쇠를 만지며 조작했다면 반드시 소리가 났을 것이고, 그런 소리가 들렸다면 나는 틀림없이 눈을 떴을 것이다. 이자는 프로다. 우시카와는 생각했다. 필요하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의 목숨을 뺏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한 훈련도 쌓았다. ‘선구’에서 보낸 사람들일까? 그자들이 마침내 나를 처분하기로 결정한 걸까? 내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귀찮은 존재라고 판단한 걸까. 그렇다면 그건 잘못된 판단이다. 나는 바로 한 발짝 앞까지 아오마메를 쫓아왔으니까 우시카와는 소리를 내서 남자에게 호소하려고 했다. 우선 내 얘기를 들어봐, 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성대를 울릴만한 공기가 거기에는 이미 없었고, 혀도 목 안쪽에서 돌처럼 굳어버렸다. 목은 이제 빈틈없이 막혀 있었다. 공기는 일절 들어오지 않는다. 폐는 죽을힘을 다해 신선한 산소를 원하지만 그런 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몸과 의식이 분할되어가는 느낌이 밀려왔다. 몸이 침낭 속에서 버둥거리는 한편, 그의 의식은 걸쭉하고 묵직한 공기층으로 빨려 들어갔다. 양팔과 양다리가 급속히 감각을 상실해갔다. 왜냐? 그는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물었다. 왜 내가 이런 한심한 곳에서 이런 한심한 꼴로 죽어가야 하느냐고. 물론 대답은 없다. 이윽고 빈틈없는 어둠이 천장에서 내려와 모든 것을 감싸 안았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 우시카와는 침낭 밖에 나와 있었다. 두 팔과 두 다리에는 감각이 없다. 그가 아는 것은 눈가리개가 씌워졌다는 것과 뺨에 방바닥의 감촉이 느껴진다는 것 정도였다. 이제 몸은 졸리지 않았다. 폐가 풀무처럼 소리 내어 수축하면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쉬고 있었다. 차가운 겨울 공기다. 산소를 얻어 새로운 혈액이 만들어지고 심장이 그 붉고 따뜻한 액체를 전속력으로 신경의 말단까지 보내고 있었다. 그는 이따금씩 격한 기침을 하며 오로지 호흡하는 일에만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조금씩이나마 양팔과 다리에 감각이 돌아왔다. 심장의 단단한 고동소리가 귓속에서 들려왔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 우시카와는 어둠 속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 하루키의 소설의 스릴러적 속성을 띈 문장들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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