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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Yes24

공의경계 명대사, 명문장, 코멘트 3편

인간은 쓸모없는 짓을 하는 생물이야.
어떤 쓸모없는 것은 어리석다고 경멸하고, 어떤 쓸모없는 짓은 예술이라고 찬양하고, 대체 그 경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경계는 불확실하다. 정하는 것은 자신인데, 결정하는 것은 외부에 있다.

 

- 나스 키노코의 통창력의 센스가 엿보이는 문장입니다. 물론, 나스 키노코의 독창적인 생각이라기보다는, 현대미술과 같은 예술분야에서 아직까지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예술의 정의에 대한 고찰 + 스텐리 큐브릭 감독의 명언 '삶은 무의미하기에 인간은 그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게 된다' 같은 역사적 인물들의 통창력을 합쳐낸 듯한 문장입니다.

어설픈 오리지널리티 보다는 근사한 클리셰가 더 나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른손에든 나이프를 휘두르는 것만으로 후지노의 왜곡을 무력화했다.
아니 죽였다.
“....... 형체가 없는 것은 보기 힘들지만 말이야. 너, 너무 남발했어. 덕분에 간신히 볼 수 있게 되었지. 너의 능력은 녹색과 적색의 나선이군. 정말... 아주, 아름다워.”
“만물에는 모두 이음매가 있다.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에도, 의지에도, 시간에도 말이야.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도 당연. 내 눈은 말이지, 사물의 죽임이 보여. 그러니까- 살아 있는 거라면, 신도 죽일 수 있어.”
흉기에 가슴을 찔려 눈을 떴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사람의 가슴을 대수롭잖게 관통하다니, 그 사람은 대단한 힘의 소유자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광폭한 힘이 아니었다.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뼈와 뼈의 틈, 살과 살의 틈을 당연한 듯이 관통한 것이다.
무서울 정도의 그 일체감.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죽음의 실감,
심장을 뚫고 찢는 소리와 소리
내게는 그 감각이 더 아팠다. 그것은 공포인 동시에 비할 데 없는 쾌락이었으니까. 등 중기를 달리는 오한은 미칠 정도여서 몸은 달달 떨리고 있다. 울음을 터뜨리고 싶을 만큼의 불안과 고독, 그리고 생의 집착이 그곳에 있어서, 나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 공의경계를 읽다 보면 무게감 있고 진중한 느낌의 문체 때문에 라이트 노벨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며 글을 읽게 되는데 이런 구절을 보면 또 매우 라이트 노벨스럽습니다. (매우 긍정적 의미로)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음매가 존재하고 그것을 볼 수 있는 능력. 존재하는 것이라면 생물과 무생물, 심지어 신도 죽을 수 있다는 설정. 책과 음악, 영화, 기타 다른 창작물들 중에서 이정도로 멋진 설정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센스 있는 설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밤의 어둠조차 피의 붉은빛에 물러나고 있다.

옥색 기모노 자락이 지금은 주홍빛
학을 연상케 하는 우아함으로 지면에 흐르는 피를 만지더니, 그것을 자신의 입술에 발랐다.
피는 입술에서 미끄러져 떨어진다.
그 황홀함에 몸이 떨린다.
그것이 그녀가 처음으로 바른 연지였다.

 

- 공의경계에 등장하는 표현들은 오싹하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줍니다. 

상황 자체는 중2병스러운데 그것을 표현하는 문체는 간결하다 보니 중2병스러운 설정이라 해도 어느 정도 기품을 유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막 눈앞에서 더 이상 심할 수 없을 정도로 거절의 말을 들었으면서 나는 시키를 도저히 싫어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마음이 더 확실해졌을 정도다. 시키와 함께 있으면 즐거운 이유라야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이미 푹 빠져버렸는걸, 나”
........ 아, 좀 더 빨리 눈치를 챘더라면 좋았을걸.
죽일 거라는 말을 들은 것쯤 웃어넘길 정도로 고쿠토 미키야가 료기 시키를 좋아한다는 것을

중얼거리며 생각한다.
미키야와 있으면 뭔가 마음이 차분해진다.
미키야와 있으면 그와 함께라는 착각이 든다.
미키야와 있으면 그쪽에 갈 수 있다는 환상이 생긴다.
하지만 그러나, 절대로
그 밝은 세계는 내가 있어서는 안 되는 세계다.
내가 있을 수 없는 세계, 내가 있을 곳이 없는 세계다.
-미키야는 당연하다는 듯 웃는 얼굴로 나를 끌고 간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그렇게 생각하게 한 미키야에게 화가 났다.
시키라는 살인귀를 키우는 나, 이상자인 나를 이상자라고 인식시켜 버리는 저 소년.
“나는 혼자서도 충분해, 그런데 너는 나를 방해하는구나, 고쿠토.”
가능하면 이대로, 평범하게 살겠다고 하는 환상 따위 갖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 상대로 부터 죽일 거라는 말을 들어도 웃어넘길 정도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표현이 신선했습니다. 일반적인 연애관계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딱히 비현실적인 표현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의경계의 두 주인공 미키야와 시키의 러브라인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빛으로 상징되는 미키야와 어둠으로 상징되는 시키. 빛을 동경하면서도 그 빛을 통해 자신의 어둠을 실감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시키의 딜레마가 공의경계에 등장하는 러브라인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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