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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는 저번 포스팅에서 리뷰한 SF8 <간호중>에 이어 <블링크>, <우주인 조안> 2편을 연달아 리뷰해 보려고 합니다. 

 

2/8 가벼운 느낌의 SF 액션물 <블링크>

 

평점 6/10

 


1. 드라마 스토리
옴니버스 SF 드라마 'SF8' 2편에 해당하는 <블링크>는 어릴 적 자율 주행차 사고로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AI에 대한 불신이 생긴 '지우'(이시영 역)라는 형사가 자신의 뇌 속에 다운로드된 '서낭'이라는  AI 형사를 통해 AI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이야기입니다.

2. 이시영 배우님과 찰떡인 연출방식
연출 방식에 따라 무겁고 진지한 느낌의 드라마가 되기 쉬운 내용이지만,  이 드라마는 상당히 쉽고 가벼운 느낌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사실 이시영 배우님을 작품 속에서 본 적은 많지 않은데,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의 연기에서 가볍고 코믹한 연기톤으로의 전환이 매우 빠르고 매끄러운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련 스틸컷 두장, 진지, 코믹) 표정과 메이크업, 톤에 따라 캐릭터의 분위기가 180도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메소드 같은 느낌보다는 본인이 연기를 하고 있음을 관객에게 친절히 설명하며 관객이 쉽게 이야기를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듯한 친절한 연기톤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다소 무겁고 처절한 이야기에서는 불리한 연기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만 <블링크>의 '지우' 역에는 최적의 연기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시영 배우님의 연기톤 스위칭이 탁월했다.

 

3. 기억에 남는 장면, 아쉬운 점
극 중에서 영화 메트릭스를 패러디 하는 듯한 장면이 나오는데 (스틸컷) 살짝 병맛 느낌도 나긴 하지만 뭔가 이 페러디 장면 또한 전반적으로 가벼운 느낌의 이야기 톤과 잘 어울려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이것이 K- 패러디다!)
하지만 드라마 초반부에 등장하는 추격씬 연출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는 점이나 드라마 전체적으로 <블링크>만의 오리지널리티라고 부를 만한 게 너무 적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K-트릭스?


4. 총평
SF를 통해 현실을 돌아보고 기술 발전에 의한 미래의 윤리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등, SF 장르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너무 가볍다고 느낄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머리 아픈 거 싫어하고 가볍고 피식 거리며 볼 수 있는 SF 장르를 원하시는 분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하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3/8 소녀감성 물씬 풍기는 SF 멜로드라마 <우주인 조안>

 

평점 6.5/10

 

1. 드라마 스토리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미래. 태어날 때 고가의 항체 주사를 맞은 사람들은 C라고 불리며 100세가량의 수명을 누리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N이라고 불리며 30세 정도의 수명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일종의 계층처럼 사회를 나누는 척도가 된다. 태어날 때 항체 주사를 맞은 줄 알았던 주인공 '이오'는 병원 측의 실수로 접종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야기 설정상 항체 주사는 태어난 지 6개월 안에 맞아야 효과가 있다.) 그동안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던 N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 관심은 학교의 유일한 N인 '조안'에게로 향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2. 소녀소녀 하고 아기자기한 미장센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두 명의 20대 초반 여자입니다. 이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이윤정 감독님은 의상과 소품, 조명과 공간, 배우들의 이미지를 통해 20대 초반의 여성이 갖는 보편적이면서 섬새한 감성을 미장센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보라, 최성은 배우의 이미지나 전반적인 연기톤도 이러한 감독의 연출 방향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최성은 배우님의 우주복 의상이 마음에 들었다.


3. 미래를 통해 현실의 나를 돌아보다
<우주인 조안>에 등장하는 다양한 설정들은 우리에게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거리를 던져주기 위한 장치로서 존재합니다.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N들의 삶의 태도, 특히 '조안'의 삶의 태도 속에서 대부분의 우리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과거를 통해 현실을 고민하고, 미래의 모습 속에서 현실의 고민을 끄집어 내는' 메시지를 가진 영화들은 분명 어떤 면에서 창작물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4. 어딘가에 계속 머물러 있는 듯한 답답함
위에서 언급한 <우주인 조안>의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저는 드라마를 몰입하면서 보기 힘든 부분이 많았습니다. *사건과 행동을 통해 나아가야 하는 이야기의 힘이 '이오'와 '조안'의 대화 속에서 맴돌고 있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부분에 있어서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취향의 차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말이 아닌 사건과 행동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은 이야기의 완성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 감독의 책임감이자 창작의 치열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안에서 '조안'과 '이오'가 과제로 선택한 소설 또한 명확한 주제가 없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인 것으로 보아 이윤정 감독님 스스로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5. 하지만 나쁘지 않은 엔딩
드라마를 보면서 시나리오가 대화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아서 엔딩이 흐지부지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들었는데, 의외로 확실하게 마무리 지으면서 메시지도 명확한 엔딩을 보고 약간의 여운이 남았습니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밀도가 좀 더 높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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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4 - [리뷰/TV 시리즈] - SF 장르의 개척을 위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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